사고가 난 줄 몰랐거나 상대가 괜찮다고 해서 자리를 떴는데 뺑소니로 조사받게 됐다면, 혐의가 어떤 조건에서 성립하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음주뺑소니 변호사 상담에서 가장 먼저 짚는 세 가지 요건과 그 요건을 두고 자주 생기는 오해를 정리했습니다.
세 가지가 모두 맞아야 뺑소니입니다
첫째, 운전자가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았는지. 둘째, 법이 요구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셋째, 그 상태로 현장을 벗어났는지.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빠진다면 뺑소니로 묶기 어렵고, 일반적인 교통사고 처리의 문제로 볼 여지가 생깁니다.
법이 요구하는 조치는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나옵니다. 바로 차를 멈추고, 다친 사람이 있으면 돕고, 상대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 주는 일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조사에서는 그날 이 세 가지 가운데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를 하나씩 묻게 됩니다.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운전자가 그 순간 무엇을 느꼈는지는 수사기관이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딪힐 때의 충격, 났을 법한 소리, 차에 남은 흠집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보고 알 수 있었는지를 따집니다. 정황으로 보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면, 본인이 몰랐다고 말해도 인식이 있었다고 볼 가능성이 큽니다.
거꾸로 스친 정도가 아주 약해 운전석에서 알아차리기 어려웠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보여 줄 수 있다면 이 부분을 다툴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신 날이라 기억이 흐린 구간이 있다면 짐작으로 메우지 마세요. 블랙박스, 주차장 출차 기록, 카드 결제 시각처럼 시간이 찍히는 자료로 앞뒤를 맞추는 일이 먼저입니다.
상담에 올 때는 사고가 났다는 곳의 주소와 시각, 그날 운전한 길을 지도에 표시해 오면 좋습니다. 그 뒤 차를 수리했다면 언제 어디서 무엇을 고쳤는지도 함께 가져오세요.
다친 사람이 없는 사고도 문제 됩니다
주차된 차를 긁고 그대로 갔다면 다친 사람이 없어도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사고후미조치, 흔히 물피도주라고 부르는 혐의가 검토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다친 사고와는 적용되는 법률과 처벌이 크게 달라서, 둘의 구분은 물피도주와 도주치상을 가르는 기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사고 장소가 일반 도로가 아니라 아파트나 건물의 주차장이었다고 해서 곧바로 안심할 일도 아닙니다. 그곳에서 부딪히고 아무 조치 없이 나왔다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같은 판단 기준이 쓰일 수 있습니다.
명함을 두고 왔거나 상대가 괜찮다고 했다면
연락처를 적어 두고 떠났다면 신원은 알린 셈입니다. 그래도 다친 사람을 살피는 조치까지 했는지는 따로 따져야 해서, 상황에 따라 뺑소니로 볼 수 있습니다. 상대가 괜찮다고 한 말도 운전자의 의무를 지워 주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다친 곳이 있었는지, 헤어진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까지 함께 살핍니다.
현장에서 오간 말은 기억나는 대로 적고, 상대와 주고받은 문자는 지우지 마세요. 상대에게 다시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싶더라도 직접 하지 말고, 대리인을 거치는 방법을 상담에서 먼저 의논하세요.
나중에 신고했다고 성립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자리를 뜬 시점에 세 가지가 이미 갖춰졌다면, 뒤늦게 사고를 알고 경찰에 알려도 혐의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 알린 사정은 처벌을 정하는 단계에서 따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자수로 인정되는지는 자수가 감경으로 이어지는 범위를 함께 읽어 보세요.
음주뺑소니 변호사 상담에서는 세 가지 요건 가운데 실제로 다툴 만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리합니다. 다른 사건에서 요건이 부정됐다는 이야기가 이 사건의 결과를 알려 주지는 않습니다.